베니스 영화제 영화 ’시인의 방’ 관람 영상 (출처=EVR스튜디오)
이렇게 관객이 몰입하여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되기까지 많은 난관들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먼저, 구범석 감독은 이때까지 주로 제작했던 사실적인 작품들과는 달리 ‘시인의 방’은 애니메이션 방식의 VR 영화이기에 어떤 부분을 만화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표현할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디지털 멀미’를 잡는 것 역시 큰 과제였습니다. ‘디지털 멀미’는 VR 체험에서 사용자는 가만히 있는데 카메라만 움직일 때 시각과 균형감각의 차이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를 줄이기 위해선 기존의 카메라 무빙보다 훨씬 정적인 촬영 기법이 필요했습니다. 평소 멀미가 심한 편이었던 강원철 실장은 자신을 기준으로 작업한다면 관객들도 큰 무리가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디지털 멀미에 대한 구범석 감독의 걱정은 베니스 영화제까지 이어졌고, 한 관객의 VR 기기를 계속하여 들어 올렸다 내리는 행동을 보았습니다. 멀미가 심한 것인지 불안하여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우려와는 달리 눈물을 흘리며 크게 감동받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고, 너무 좋은 관람이었다는 관객과의 대화에 VR과 상호작용 방식의 컨텐츠가 가진 힘에 대해 많이 느꼈던 일화라고 하였습니다.
유니티만이 할 수 있는 일
"유니티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강원철, EVR스튜디오 미디어 제작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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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철 실장은 다른 툴을 사용하던 개발자였으나, 이번 ‘시인의 방’은 VR 기기뿐만 아니라 PC와 모바일에도 모두 적용해야 했기에 멀티 플랫폼 지원이 강력한 유니티만이 정답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그램(마야)과 비슷한 점이 많은 덕분에 훨씬 빠른 적응이 가능했고, 그 결과 제작에 속도를 더욱 붙일 수 있었습니다. 유니티에는 다양한 오브젝트들이 있는데, 게임에 사용되는 것일지라도 컴포넌트를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사용이 가능하단 점 역시 큰 장점이었습니다. 게다가 제작 중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면 유니티는 웹 상에 간단한 검색만으로 찾을 수 있는 자료와 해결책들이 많아서 개발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촬영 전 머릿속으로 구상한 이미지를 컴퓨터상에서 구현해 봄으로써 실제 제작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프리비즈(Pre-visualization) 단계에서도 유니티는 큰 힘을 나타냈습니다. 무엇보다 유니티의 타임라인 기능이 적극 활용되었는데, 사용에 익숙한 마야를 통해 프리비즈의 전반적인 작업을 한 후 에셋이나 애니메이션 데이터 등 디테일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유니티 타임라인에 반영하며 구체화를 했습니다. 강원철 실장은 처음에는 장면 사이의 원활한 연결이나, 각 씬의 로딩 등의 타임라인 제어가 어려웠지만 사용자 친화적인 유니티 덕분에 몇 번의 사용으로 금세 익숙해질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영화제를 넘어 우리들 곁으로
영화 '시인의 방' (출처=문화재청)
'시인의 방'은 국제 영화제에 이어 국내 상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범석 감독은 VR 상호작용방식의 영화가 다소 생소할 수 있겠지만, 걱정을 내려놓고 체험해본다면 새로운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아름다운 시로 대부분 이루어진 대사들을 멋진 배우의 목소리로 감상할 수 있는 것 역시 좋은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라 전했습니다. 아울러 유니티 소프트웨어의 사용자 분들께도 훌륭한 여러 툴들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할 지 집중한다면 무궁무진한 결과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하며, 유니티의 다양한 사용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 <새로운 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항상 같은 생각에 잡혀있지 않고 언제나 깨어있으려는 시인의 다짐을 엿볼 수 있는 구절입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EVR스튜디오의 ‘시인의 방’에서 색다른 모습의 윤동주 시인을 많은 사람들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